서귀포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서 <서귀포 탐구생활>

정방사랑방의 👨‍🍳요리하는 아조씨들👨‍🍳

주방은, 쉽게 들어서지 못했던 공간이었습니다

칼을 드는 것도, 냄비에 불을 올리는 것도 낯설었고 '요리를 배운다'는 말조차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듯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 주방에 매주 금요일마다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게 달라졌습니다. 조리대에 나란히 서서 레시피를 따라 적고, 칼질이 서툴면 웃고, 양념의 순서를 놓치면 다시 물어보는 일.

그 반복 속에서 요리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고들 말합니다. 누구는 냉장고 문을 처음 열어봤다고 했고, 누구는 가족에게 도시락을 싸 주며 처음 칭찬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큰 소리로 변화라 말하진 않았지만, 수업이 끝나고 남는 여운과 다음 주를 기다리는 마음은 이미 삶 어딘가를 조용히 바꿔놓은 듯했습니다. 정방사랑방의 요리 동아리, 그 따뜻한 시간의 단면을 이 글에 담았습니다.

이 글은 서귀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정방사랑방 요리 동아리에 참여한 여러 회원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수업에는 여성 회원도 함께했지만, 이번 글은 요리에 처음 도전한 50~70대 중장년 남성들의 경험에 집중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모아 엮은 것입니다. 문어초무침을 도시락에 담아 운동장으로 향한 이, 크림 파스타에 자신감을 얻은 이, 간장 하나에도 고심하며 ‘정량의 미학’을 배운 이까지. 그들이 들려준 솔직한 경험을 통해, 요리가 어떻게 일상을 바꾸는지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칼보다 무거웠던 수저를 내려놓고, 지금은 국자를 든 이들. 오늘도 그들은 ‘간장 한 스푼’의 인생을 맛있게 끓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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