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닥꼬닥 서귀포 도보여행 안내서 <따라나서면 서귀포가 보인다>

제77주년 제주 4·3추념식 미리보기

“어머니, 이 반지 내가 끼쿠다, 고맙수다.”

69년 만에 이장한 어머니의 묘에서 발견된 은반지를 받으며 딸이 던진 첫마디예요. 두 살배기였던 그는 어머니와 생이별한 뒤, 물려받은 유품 하나 없이 살아왔어요. 그의 어머니는 제주4·3희생자입니다. 1948년 11월 27일, 어머니는 성산포 터진목으로 끌려갔어요. 잘못한 일이 없었기에 그저 따라나섰던 길, 그러나 다시 돌아올 수 없었던 길.

그 길의 끝, 터진목에 지난해 11월 “해원의 문*”이 세워졌어요. 문 너머에는 성산일출봉이 우뚝 서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 문을 기억과 화해의 상징이라 부르지만, 저에게는 마치 사연 속 은반지로 보이더군요. 제주4·3평화기념관의 ‘백비’와 중문 성당의 ‘4·3기념 십자가’, 김석범의 <화산도>, 현기영의 <순이 삼촌>,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등등, 곳곳에 제주4‧3을 기억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소중한 마음들이 한데 모이는 날, 바로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에요. 지난해 <제76주년 제주 4‧3희생자 추념식>은 마치 한 편의 예술 작품 같았어요. 김옥자 할머니를 대신해 손녀인 한은빈 양이 무대에 올라 뼈아픈 사연을 전했어요. 이어서 유족 증언을 바탕으로 최첨단 AI로 복원된 김옥자 할머니의 아버지가 화면에 등장해 할머니에게 말을 건넵니다.

“옥자야 아버지여. 하영(많이) 기다렸지. 이리 오라 우리 똘(딸) 얼마나 컸는지 아버지가 한 번 안아보게”

이 장면을 본 많은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렸어요. 밀려오는 슬픔을 위로하듯, 가수 인순이의 <아버지>가 무대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그날 우리는 기억하는 일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겼어요.

“4·3의 숨결은 역사로, 평화의 물결은 세계로!”

제77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의 슬로건이에요. 올해 추념식은 어떤 모습일까요? 4·3의 상처는 여전히 깊지만, 기억하는 이들이 있기에 그날의 아픔은 역사로 이어지고, 평화의 바람은 더 멀리 퍼져 나갑니다. 오는 4월 3일,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서 함께 기억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참고 자료 <4·3 기나긴 침묵 밖으로>

＊성산포 터진목 <해원의 문>

‘해원의 문‘ 기단은 4·3과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감시자의 눈과 눈물을 의미해요. 바닥에 펼쳐진 오석 모자이크는 눈의 실핏줄이 터질 만큼 깊은 고통을 겪어온 유족의 삶을 상징하고요. 청동원은 화해와 상생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그 위에 놓인 작은 배는 희생자를 축복하며 하늘로 인도하는 매개물이에요.

제76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

제77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 미리보기

4·3 추념 기간은 지난 3월 10일부터 오는 4월 3일까지예요. 제주특별자치도와 서귀포시는 <제77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뿐만 아니라 희생자를 기리고 추모의 마음을 나누기 위한 다양한 활동과 캠페인을 마련했습니다. 함께 살펴볼까요?

• 제주4·3희생자와 유족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온라인 추모관이 있어요. 현장 방문이 어려운 분들은 온라인으로 마음을 전해보세요. 글쓰기가 어려운 분은 아래 메시지를 참고하세요.

🌺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긴 세월을 견뎌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모든 희생자분들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 서귀포시 읍면동 4·3민원 창구에서 동백꽃 배지를 나눠드립니다. 동백꽃 배지를 달고 제주4·3희생자분들을 함께 기억해 주세요. 동백꽃은 제주4·3을 상징하는 꽃이에요. 한 번 피면 끝까지 붉게 피어나는 동백처럼, 제주4·3의 아픔을 잊지 않고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어요.

동백 가죽 배지와 온라인추모관 QR 코드

⏰기간 3월 10일(월) ~ 4월 3일(목)

📍장소 서귀포시 읍면동 4·3민원 창구

• 추념식 방문객을 위한 서귀포시 시민버스 운영
• 추념식장까지 이동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서귀포시 곳곳에서 무료 시민버스를 운영해요. 총 7개 노선으로, 각 지역 주민센터 및 주요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집과 가까운 곳에서 탑승하시면 되고요. 추념식 종료 후 오전 11시 30분에 귀가 버스가 운행됩니다. 다만, 올 때 이용했던 동일한 버스를 타야 하며, 다른 노선의 버스에는 탑승이 어려워요.

     오전 7시 10분부터(지역별 출발시간 상이)*서귀포시 시민버스 운행 시간표 참고

     🚍귀가 버스

     오전 11시 30분 평화공원에서 출발, 행사장 도착 경로의 역순으로 운행

     ☎ 문의 서귀포시 자치행정과 4·3지원팀(064-760-3992) 

• 추념일 당일(4월 3일), 조기 게양도 잊지 마세요. 오전 10시부터 1분간 묵념 사이렌이 울립니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함께 마음을 모아 주세요. 조기 게양은 희생자들을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가정에서도 함께해 주시면 더욱 뜻깊습니다. 제주4·3의 의미를 함께 기억하고,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길 바라요.

• 제5회 제주4·3문예백일장 공모
• 제5회 제주4·3문예백일장이 열립니다. 서귀포시와 서귀포시교육지원청이 지원하는 이번 문예백일장은 4·3의 의미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자리인데요. 지난해에는 총 512편(그림 303편, 시·산문 209편)이 접수되었고요. 이 중 50편이 선정됐어요. 또한, 수상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도 열어 많은 분들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어요. 올해도 분야별 전문가 4명과 제주4·3 관계자가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지난해 그림과 문예 부문 대상작을 함께 감상해 볼까요?

<대상> 잃어버린 시간_동홍초 허수진

요즘 청소년들의 실력이 정말 대단하죠? 제주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미래 세대와 함께 평화로운 내일을 만들어 가는 데 동참해 주세요. 주변에 그림과 문예에 관심 있는 청소년이 있다면 꼭 추천해 주시길 바라요! 

📝 작품 접수 기간 3월 17일(월) ~ 4월 4일(금)

🎨 작품 주제 4·3 그리고 평화·화해·상생의 길

🎯 참가 대상 서귀포시 관내 초·중·고등학생 및 같은 나이의 청소년

☎ 문의 서귀포시 자치행정과 4·3지원팀(064-760-3988)

제주4·3평화공원, 함께 걸어볼까요?

🕊 제주4·3평화공원은 어떤 곳인가요?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 회복을 넘어,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실천하는 공간이에요. 또한, 평화·인권 교육을 통해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미래 세대에 교훈을 전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기도 해요.

📍주소 제주시 명림로 430

⏰운영시간 09:00~17:00 (첫째·셋째 월요일 휴무)

☎문의 064-723-4344

📅 제주4·3평화공원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1999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해 위령공원 조성을 위해 특별교부세 30억원을 지원하며 본격적으로 제주4·3평화공원 건설을 추진했어요. 이후 2003년 4월 3일에 기공식을 열며 1단계 조성 사업을 시작했고요. 2008년에는 2단계 사업으로 4·3평화기념관이 문을 열었어요.

📌 공원 안에는 어떤 시설이 있나요?

위령제단과 위패 봉안실, 4·3평화기념관, 행방불명인 표석, 봉안관, 4·3어린이체험관 등이 있어요. 공간마다 지니는 의미가 모두 다릅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

① 위령광장(위령제단)

위령제단은 제주4·3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이자, 매년 4월 3일 공식 추념식이 열리는 곳이에요. 부채꼴 제단 중심부에는 위패봉안실로 이어지는 출입구가 있고요. 돌무더기 형태로 쌓인 제단 위로 4·3영령을 기리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 타오릅니다. 아치형 승화탑이 바닥에 투영된 모습은 4·3영령들의 영원성을 상징해요.

② 위패봉안실

제주4·3희생자 14,654명의 이름이 적힌 위패(추모명패)가 모셔져 있는 곳이에요. 위패는 당시 희생된 지역·마을별로 배치돼 있고요. 여기에 없는 114명은 생존 희생자로, 아직도 그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계신 분들이에요.

③ 행방불명인 표석

시신 없는 희생자가 많습니다. 묘비도 세울 수 없었죠. 시신 없는 희생자를 ‘행방불명인 희생자’라고 부릅니다. 행방불명인 수는 제주에서 행방불명된 2,063명, 육지 형무소로 끌려갔다 희생된 1,890명을 포함한 총 3,953명이에요. 앞으로 그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평화공원 한 편에 이들의 이름을 새겨진 표석이 모여 있어요.

④ 봉안관

2006년부터 현재까지 <4·3유해발굴사업>을 통해 발굴된 유해를 봉안하는 공간이에요. 4·3유해발굴사업은 4·3특별법에 따라 진행된 후속 사업으로, 그동안 총 413구의 유해가 발굴·수습되었어요. 이 중 유전자 감식을 통해 142구의 신원이 확인되었고, 현재 374기의 유해가 봉안관에 안치되어 있어요. (24.1. 기준) 아직도 가족을 찾지 못한 유해가 많아요. 이곳은 그분들의 넋을 기리고, 다시 가족 품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는 공간이에요.

📌 유해가 발굴된 주요 지역

✔ 화북지역(5개소)

✔ 제주국제공항 남북활주로 서북 측(1개소), 동북 측(1개소)

✔ 남원읍 태흥리(1개소), 도두동, 선흘리 등

⑤ 위령탑

제주 분화구 형태를 본떠 만든 탑이에요. 주변에 네 개의 방사탑이 서 있고, 중앙 연못물은 4·3의 상처를 씻어내는 ‘정화수’를 의미해요. 그 가운데 두 개의 인간상이 있는데요.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적 대립을 넘어 화해와 상생을 향해 가는 모습을 표현한 거예요.

⑥ 귀천(歸天)

귀천은 ‘하늘로 돌아간다는 뜻’이에요. 공원 중앙에 있는 다섯 개의 기둥은 4·3 당시 희생된 어른과 아이들을 상징해요. 기둥 다섯 기에는 각각 어른과 청소년, 태아의 수의(壽衣)가 새겨져 있어요.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이들이, 이제라도 편안히 하늘로 갈 수 있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죠.

⑦ 각명비

위령탑 주변을 둘러싼 환상형 통로에 4·3희생자들의 이름과 나이, 사망 장소와 날짜가 기록돼 있어요. 제주를 휩쓴 4·3의 참혹한 역사를 있는 그대로 기록한 공간이에요.

⑧ 비설(飛雪)

눈 덮인 땅 위에서 아이를 안은 채 쓰러지는 변병생 어머니의 모습을 표현한 동상이에요. 1949년 1월 6일, 봉개동에서 두 살배기 딸을 업고 피신하던 변병생(호적명: 변병옥) 씨가 군인의 총에 맞아 희생됐어요. 조각상으로 가는 달팽이 형 길 벽에는 제주 전래 자장가 ‘웡이자랑’이 새겨져 있답니다.

비설

⑨ 제주4·3평화기념관

제주4·3평화기념관 외관을 보면 떠오르는 게 있나요? ‘낭푼’을 닮았죠. 제주 사람들은 양푼을 ‘낭푼’이라 부릅니다. 기념관 안에는 상설전시실과 특별전시실, 기획전시실, 자료실, 영상관 등이 있고요. 정부의 <제주4·3사건진상보고서>를 토대로 전시를 구성해 4·3의 전개 과정부터 진상규명 운동까지 한눈에 볼 수 있어요.

⑩ 4·3어린이체험관

어린이들에게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의 가치를 알려주는 공간이에요. 이곳을 방문한 어린이는 제주4·3 역사를 재밌고 쉽게 배울 수 있어요.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 12개의 기억의자

제주읍과 서귀면 등 12개 지역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억의자예요. 각 마을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숫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비설 근처에 위치하고요. 이곳에 앉아 잠시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는 것도 좋겠죠?

제주4·3평화공원 곳곳에 숨은 이야기가 참 많죠? 다가오는 4월 3일, 공원을 거닐며 그날의 흔적을 따라가 보고,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참고 자료> 4·3평화재단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