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은 꼭 알고 가세요 <서귀포 PICK>

생태관광지역 치유호근마을 A to Z

호근동 전경

서귀포시 호근동에 가본 적 있나요?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속골’과 ‘서귀포 치유의 숲’이 있는 마을이에요. 2016년 치유의 숲 조성 이후 호근동을 ‘치유호근마을’이라 부르는데, 이름처럼 10여 년간 ‘자연’ ‘생태’ ‘지역문화’를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어요.

오랜 노력 끝에 지난해 11월 치유호근마을이 환경부 지정 생태관광지역으로 인정 받았어요. 지난 3월 14일에는 호근동 복지회관에서 생태관광지역 지정 관련 현판제막식도 열렸고요. 몇 해 전부터 뉴스나 신문 키워드로 ‘생태관광’이 자주 등장하는데, 정확한 개념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냥 ‘환경을 생각하며 여행하는 일’ 정도로만 어림잡을 뿐입니다.

‘생태관광’ 개념을 모호하게 아는 여행자는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된 ‘호근동’을 방문할까 고민하지 않고, 호근동 명소에 들렀다 ‘오! 이 마을은 생태관광지역이구나’ 할 때가 훨씬 많을 거예요.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생태’ 라는 말만 들어도 귀를 쫑긋 세우는 태도를 가져보면 어떨까요? 3월 서귀포레터와 함께 생태 관광에 한 걸음 내디뎌봅시다!

호근동을 아시나요?

• 누구나 정의를 내릴 수 있지만, 여기서는 총 두 가지 개념을 소개할게요. 「자연환경보전법」 제2조와 세계생태관광협의회(TIES) 규정에서 내린 정의예요. 생태관광을 바라보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시선을 비교해볼까요?
• 먼저 「자연환경보전법」 제2조는 생태관광을 “생태계가 특히 우수하거나 자연경관이 수려한 지역에서 자연자산의 보전 및 현명한 이용을 통하여 환경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관광”이라고 정의해요. 체험은 누가 할까요? 관광객이죠. 이 정의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체험하는 주체는 관광객이에요. 환경도 관광객이 ‘체험하는 대상’이에요.
• 반면 세계생태관광협의회(TIES)는 생태관광을 “환경 보전과 지역 주민의 복지 향상을 고려하여 자연 지역으로 떠나는 책임 있는 여행”으로 정의해요. 관광객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복지 향상을 함께 고려해요. 즉, 관광객은 자연을 단순히 감상하는 게 아니라 보전해야 하고, 지역 주민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의미죠. 한창 감귤나무 전정을 하는 마을 삼촌을 허락 없이 촬영하면 안 되는 것 처럼요.
• 어떤 관점이 더 옳다고 단정 짓기 힘들어요. 다만, 생태 관광이 ‘친환경 여행’에서 끝나지 않고 꾸준히 지속되려면, 관광객과 지역주민 모두를 고려하는 방향이 좋지 않을까요?

호근동생태관광협의체 회의

• 다행히 환경부에서 <생태관광지역 지정·육성 사업>을 “환경적으로 보전가치 있고,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체험·교육할 수 있는 지역을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육성하여 지역경제 활성화 및 자연생태 보전”이라고 정의해요. 관광객, 지역주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죠.
• 생태관광지역 선정기준은 ①지역의 생태적 가치, ②시설의 생태적 설계, ③환경과 지역문화의 이해, ④지자체 추진의지와 기반, ⑤장단기 보전·관리 전략 우수 지역으로, 지역주민을 고려한 흔적이 보이네요. 💻홈페이지 eco-tour.kr

• 호근동은 2021년, 2023년, 2024년, 총 세 번의 도전 끝에 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는데요. 2014년에 효돈천과 하례리가 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된 이후 10년 만이에요. 시도심지역이 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된 건 호근동이 최초고요.

• 예산은 3년간 총 2억1,600만원으로 지역협의체 구축·운영, 생태관광 프로그램 운영, 생태관광기반시설 설치·관리, 보전활동, 자연환경해설사 양성 및 주민교육, 홍보에 쓰일 예정입니다. 한 번 선정되었다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3년 주기로 자립가능성, 환경관리 현황, 프로그램 우수성 등을 평가해 재지정하는 절차가 있거든요.

• 전국 생태관광지역은 총 40곳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전남 순천만 습지로, 연간 1,747억 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하고 있죠. 특히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방문객 440만 명을 모으며 1조 3천억 원 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 인천 강화갯벌, 강릉 대관령 옛길, 창녕 우포늪, 서천 금강하구 등 특색 있는 지역이 많습니다. 제주에도 동백동산(2013년), 효돈천과 하례리(2014년), 저지곶자왈과 저지오름(2018년), 평대리(2023년), 최근 지정된 호근동(2024년)까지, 독특한 생태 환경을 간직한 마을이 많아요.
• 앞으로 생태관광지역 수는 계속 늘어날 텐데요. 경쟁력을 갖추려면 결국 그 지역만의 독특한 생물과 자연, 인문학적 요소를 발굴하고 이를 프로그램으로 개발해야 합니다.

• 호근동은 생태관광지역으로는 신입이지만, 다양한 사업 경험을 갖춘 ‘경력 많은 신입’입니다. 2016년 서귀포 치유의 숲이 들어서며 마을회가 민관 협력으로 ‘차롱치유밥상’을 선보였어요. 차롱은 제주에서 빙떡이나 빵을 담을 때 쓰는 대나무 바구니입니다. 차롱은 처음에는 고(故) 김희창 구덕장 명인이, 지금은 오영희 구덕장 명인이 제작하고요. 차롱 안 제주향토음식은 호근마을부녀회 차롱밥상팀에서 직접 만들어요. 제주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로 활용해 계절마다 메뉴가 달라집니다. ✍예약 차롱밥상.kr
• 2019년 생물권보전지역 생태관광마을로 지정된 후엔 호근동만의 매력을 살린 ‘미로의 숲’을 만들었어요. 자연 탐방과 마을 소상공인을 연결한 1박2일 생태관광프로그램도 시범으로 운영했는데요. 탐방객들은 호근동 자연생태해설사와 함께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생태를 경험하고,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저녁에는 호근동 토박이가 운영하는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마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어요.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꾸준히 운영해나갈 예정입니다. JDC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해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운영하는 호근다방과 목공예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고요. ☎문의 호근동 마을회(064-739-1938) 📍주소 서귀포시 호근남로 6

• 호근동 사람들은 앞으로 무엇을 고민하면 좋을까요? 현판제막식에서 사단법인 한라산생태연구소 김찬수 박사 특강이 열렸어요. 그에 따르면, 생태관광은 지역 고유의 지명과 언어에서 시작하면 좋다고 언급했어요. ‘호근’이란 지명은 흔히 범섬(호도, 虎島)과 가까워서 생겼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몽골어 ‘고구순(움푹 꺼진 곳)’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 고근산 정상에 있는 ‘강생이굴’도 중요한 단서예요. ‘강생이’는 제주어 ‘구시(구멍, 움푹 꺼진 곳)’에서 비롯됐어요. 강생이굴은 실제로 수직으로 깊게 뚫린 동굴인데, 내부에 박쥐가 서식하고 배설물이 퇴적돼 독특한 환경을 이루고 있죠. 바로 이 강생이굴의 특이한 지형 때문에 산 이름을 ‘고근산’(외로운 산, 구멍 있는 산)으로 부르게 됐고, 점차 ‘호근산’으로 변해 지금의 호근동으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 각시바위 오름에도 숨겨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각시’는 북방어의 ‘갇(kad)’ 즉 바위를 뜻하는 옛말에서 유래했는데요. 이곳엔 기암괴석이 많고요. 제주 최초의 자주적 상수도 시설이 남아 있고, 희귀한 아열대 식물도 자랍니다. 이런 지역만의 특징을 생태관광에 녹이면 호근동의 스토리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갈 거예요.

*추구미 ‘추구하다’의 추구와 아름다움을 뜻하는 한자 미가 합쳐진 말로, 나만이 갖고 있는 개성과 스타일을 추구하여 이를 표현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

각시 바위 오름

• <서귀포레터>에서 소개한 치유 호근마을의 주요 스팟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지도로 정리했습니다. 뉴스레터를 읽고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다면, 아래 링크에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해 보세요.

💻<서귀포레터> 치유호근마을 지도 https://naver.me/GUwBJ8kC

속골

하논분화구

인터뷰｜강정선 치유호근마을 자연환경해설사

강정선 치유호근마을 자연환경해설사

💬안녕하세요. 치유호근마을 자연환경해설사로 활동하는 강정선입니다. 서귀포 치유의 숲이 생기며 마을힐링해설사 교육을 받았고, 자연스럽게 생태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2019년에 호근동이 생물권보전지역 생태관광마을로 선정되며, 환경부 지정 자연환경해설사 자격까지 얻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로숲길이에요. 마을 산림계가 관리하는 약 15만 평 숲으로, 의상스님이 만든 법성도를 응용한 길입니다. 소나무, 삼나무 같은 큰 나무 아래 겨울딸기, 천남성 등 작고 예쁜 식물들이 가득해요. 특히 겨울딸기 군락지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겨울딸기를 주제로 한 동화 구연을 통해 아이들이 즐겁게 생태를 가르칠 예정이에요.

💬마을 안길 정낭과 정주석 이야기를 가장 재밌어 해요. 본래 사람이 집에 없을 때 가축의 출입을 막기 위해 올레길 초입에 정낭과 정주석을 설치했어요. 옛 제주생활을 실감하게 하거든요. 또 제주에 유일하게 논농사가 가능한 하논 분화구 이야기도 인기가 많아요. 음력 8일마다 떡을 가지고 모였던 여드레당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전합니다.

💬1991년, 호근동에 시집와서 30년 넘게 살고 있어요. 그땐 온통 감귤나무뿐인 낯선 시골이었죠. 마을 위쪽 중산간 도로에 버스가 다니지 않던 시절이에요. 그 시절의 고즈넉함이 여전히 기억나요. 또 마을에는 ‘구판장’이라 불리우는 큰 상점이 있었는데요. 생필품부터 옷까지, 없는 게 없었어요.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늘 감사해요. 화려한 풍경은 아니지만 자연과 마을의 정취를 느끼기 좋은 호근동입니다. 천천히 걸으며 마을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주변에도 많이 알려주세요!

사진제공 호근동마을회

도움 주신 분 현상봉, 김대헌, 김찬수, 강정선